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치셨던 김근태 선생님을 기념할 수 있는 보다 가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으로 설계를 출발하였다. 그리고 단지 그런 역사의 기록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그가 이 시대에 전하고자 했던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간적으로 해석하여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좀 더 의미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하였다. 민주적인 공간은 특정인에게만 사용이 허락되는 고립된 곳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고, 어떠한 선택을 강요하는 곳이 아닌 개개인의 의지대로 능동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더 나아가 이런 능동적인 주체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서로 어울리고 다양한 모습들을 표출해 내는 과정을 통해 도봉구라는 지역사회의 문화적 거점이 된다.

이러한 해석을 바탕으로 지상 1층에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건물을 배치하기보다, 기존에 공원으로 사용되었던 대지의 성격을 유지하며 지역 주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다 양한 공간적 구성을 갖는 열린 공원을 제공하였고, 지상 2층은 딱딱한 구획에서 벗어나 도서관과 문화 시설(다목적 강당, 강의실, 기념실 등)을 동일 층의 자유로운 동선 위에 놓이게 하여 지역 주민들 각자가 열린 공간에서 주체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능동적인 교육, 문화 활동의 배경이 되는 자유로운 공간은 김근태 정신이 일상에서 드러나도록 해주며, 입면의 수평 루버는 일정한 간격의 은은한 빛줄기로 채광을 조절하고 열린 공간을 채우며 김근태 정신과 잠시 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